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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책 소개
신영복 작가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저자인 신영복저자님께서 20년 넘게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의 내용을 모은 책이다. 이 책은 단순한 옥중 기록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감옥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도 인간관계와 철학적 사유를 놓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대상에 따라 문체를 달리 있어서 편지를 읽는 대상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음도 간과할 수 없는 감동이다.
🔹 책을 읽고 나서의 느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관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었다. 그가 감옥이라는 폐쇄적인 환경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깊이 고민한 흔적이 여기저기 글로 드러나 있다. 보통 우리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관계를 고민하는데 오히려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인간관계의 본질을 더 명확히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매우 경이롭다.
또한, 작가는 '사색'이라는 단어에 걸맞게 다양한 철학적, 사회적 고민을 편지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감옥 안에서의 경험을 단순한 고통이나 억압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을 성찰과 배움의 기회로 삼았다. 특히 감옥에서의 생활을 통해 '시간'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깊이 사고할 수 있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와닿는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들이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상에 대한 소중함이다. 우리들의 하루가, 우리들의 일상이 어느 누구에겐가는 너무도 간절하게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 두 다리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일상에 대한 소중함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들이 하루를 살면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걸어서 갈 수 있다는 것에 얼마나 감사하고 살까? 내가 어딘가에 갇혀 있어서 걸을 수 없다는 상상을 해보기는 한 것일까? 나는 오늘 집을 나서서 양천향교역 근처에서 병원웃음과 실버체조 수업을 받았고, 이어서 고속터미널에서 공주 오는 버스를 타고 공주에 왔다.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터미널에서 엄마 집까지는 음미하면서 두 다리로 유유히 걸어서 왔다.
집을 나서기 전에 읽은 신영복님의 '나는 걷고 싶다.'를 떠올리면서 나의 이동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나의 두 다리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음에 깊이 감사했다. 한국레크리에이션 수업에서 라인댄스 수업을 신나게 받으면서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다리에 다시 한번 감사했다.
🔹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나는 걷고 싶다-계수님께
작년 여름 비로 다 내렸기 때문인지 눈이 인색한 겨울이었습니다.
눈이 내리면 눈 뒤끝의 매서운 추위는 죄다 우리가 입어야 하는데도 눈 한 번 찐하게 안 오나, 젊은 친구들 기다리더니 얼마 전 사흘 내리 눈 내리는 날 기어이 운동장 구석에 눈사람 하나 세웠습니다.
옥뜰에 서 있는 눈사람. 연탄 조각으로 가슴에 박은 글귀가 섬뜩합니다.
"나는 걷고 싶다."
있으면서도 걷지 못하는 우리들의 다리를 깨닫게 하는 글귀는 단단한 눈 뭉치가 되어 이마를 때립니다.
내일모레가 2월 초하루. 눈사람도 어디론가 가고 없고 먼 데서 봄이 오는 기척이 들립니다.
1월 25일부 편지와 돈을 받았습니다. 계수님의 건강과 발전을 빕니다.
1988.1.30.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단순한 감옥 생활의 기록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삶의 본질적인 질문을 담고 있는 책이다. 감옥이라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깊은 사색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한 신영복 작가의 통찰력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일상 속에서 더 깊이 사고하고,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